어려운 말만 잔뜩 배워와서 엄마 무시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다. 엄마가 어릴적 나의 자존감과 자아를 짓밟았다고, 그것들을 엄마는 모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내게 지극히 남의 눈을 신경쓰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거라고 이야기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엄마가 어떻게 나올지 알아서 할 수가 없다.
얼마전에 나는 당연히 외국에 나가 살아야지 하고 말했더니 엄마가 엄마아빠 다 두고? 라고 말해서 약간 양심의 가책이 들었던 일이 있다. 맞다. 나는 분명히 부모님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다. 지금 이 순간 조차도 좋은 집에서 속 편히 앉아서 자판이나 두들기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충족되지 않는 독립감으로 인해 끊임없이 나는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독립해야 할 때가 지난 것이다.
서구주의적 가치관을 선망하며 자란 젊은이와 지극히 한국적인 가치관으로 아이를 길러낸 부모. 그리고 그 부모의 영향으로 인해 매일 같이 스스로를 짓누르면서 살았던 아이가 머리만 잔뜩 뚱...(머리말고 다른 것도?ㅋㅋㅋ) 뚱해져서 부모에게 "내가 독립적인 개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가치관을 존중해달라"는 충돌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는 누가 길러서 이렇게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나. 그냥 성향인가, 아니면 그것은 부모의 교육관 어디에선가 묻어난 것인가, 아니면 마침내는 그냥 내가 경험한 후천적인 사건들로 인해 그런 것인가. 나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데, 부모님은 내가 자기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 때 사랑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부모님이 나를 내버려두지 않을 때 부모님을 사랑하고 아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가. 나를 객관화 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게 되면 내가 철학자지 사람이냐.
서럽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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