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를 잃고 생각을 잃는다.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생각을 잃는 것은 삶에 지쳤다는 아주 늘어지는- 사소한 변명으로 충분히 쉽게 실행 가능하다. 왜냐하면 생각이 많을 수록 점점 더 사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단순한 것과 간결한 것에는 사전적으로 차이가 있다. 지금의 내 상태는 보다 단순한 것에 가깝다.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말초 신경이 둔해지는 것이다. 호기롭지 않은가, 살아남기 위한 퇴화가.
소재가 줄어든다. 사진을 찍고 싶은 것도, 기억하고 싶은 것도, 그럴 만한 호기심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흔한 회사원의 하소연일지는 몰라도, 오가는 길거리에서 조차 피곤을 느끼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 단순함으로 퇴화를 간절히 고대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은 그 바람의 아주 우수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데 이 말투들이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잔뜩 각이 잡혀있고 있어보이려고 하는 문투다. 나는 이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운 글을 쓰는데 익숙했다. 안타깝게도 원본은 잃어버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언제 내 문투라고 할 것이 있었는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의 이런 자조적인 모습도 불쌍하다.
상담은 꾸준히 하고 있다. 다음 번엔 내 기구한 연애사에 대해서 이야기 해봐야겠다. 나는 언제쯤 안전하게 주고 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스캐너를 샀다. 생각보다 슉슉 금방 끝나고 개운하다.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엄마가 만들어준)이 해소되는 기분이다. 엄마는 이 집에 내 물건이 하나도 없어야 아마 버리는 것을 그만둘 것이다.
오늘 집에 오면서 ㅅㅇ이에게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하려다가, 아 집에 도착할 것 같아서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문득, 그게 얹혀사는 처지인 것이지 싶었다. 얹혀살기 때문에 내가 편한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그런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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