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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R I T I N G * * */사소한 일상

나의 즉흥성

나의 즉흥성이란, 지극히 순수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나의 무엇-시간이든, 돈이든-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지금'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즉흥성에 목줄을 채우는데 나는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나의 즉흥성은 너무나 유쾌하고 즐거운 것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고싶어 안달이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나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나의 즉흥성이다. 지금 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매력을 느끼고 나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의 즉흥성에 지쳐서 떨어져나간다. 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호피유사에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게으르다, 게으르지 않다에서 멈춰버리긴 했지만, 나는 상당히 많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제 머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마음까지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 맙소사 이제 생각과 마음을 가진 양면성까지 누리게 된 것이다. 감격적이다. 나름대로는...

 나는 순수하다. 순수함은 쉽게 사람들의 공격대상이 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순수를 가장하여 영악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나의 악함을 보면서 나는 나의 본성을 의심한다. 그렇지만 나의 즉흥성을 보면, 나는 여전히 지극히 순수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오늘의 즉흥성은 소풍이었다. 주변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늘 등교하는데 바람과 햇살이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가방만 두고 바로 돗자리와 짐을 싸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두어시간동안 뒹굴, 하늘을 보며 비행기도 세어보고, 깍깍 거리는 까치와 신경전도 잠깐 펼치고, 썬글라스를 끼고 책을 읽으면서 행복을 누렸다. 내 머릿속 잡생각들이 갑자기 깨끗해지고, 다 쉬운 일 같이 느껴졌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너무나 행복한 사람 같았다. 실제로 행복했다. 

 나의 즉흥성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이런 즉흥성은 취직하고 나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 슬퍼지기도 했지만 나중일은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미래를 대비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산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에,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말그대로 내가 발전하기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을 하는 것 뿐이다. 아씨......

 오늘 나무들한테 너무 상큼한 기운을 빨아먹었더니 너무 기운차고 밝다. 

 저녁에는 개기월식을 봤다. 그림자가 야금야금 달을 먹었다. 옛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무섬무섬.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 자연이 고마운 날이다.